Table of Contents

  1. 지금 회사로 오게 된 이유
  2. 지금 회사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3.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한 것들
  4.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것들
  5. 이직을 한다면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6. 마무리

먼저, 글을 풀어내기 전에 제가 쓴 글이 읽는 분들께 어떻게 읽힐지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마치 살얼음이 깨질까 까치발을 들고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가는 기분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의 나를 위해, 중간지점을 찍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저는 2021년 8월 31일부로 퇴사하게되었습니다. 입사한지 3년 7개월만이네요.
퇴사를 결심했다면, 결심한 저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1. 지금 회사로 오게 된 이유
  2. 지금 회사에서 이루고 싶었던 것
  3.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한 것들
  4.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것들
  5. 이직을 한다면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지금 회사로 오게 된 이유

원래 저는 AI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했던 역활은 사업 아이디어들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을 제안하고 구현해나가는 것 이었습니다.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고되긴 했지만, 과정 자체를 경험하는 것은 재미있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딥러닝 엔지니어가 저 혼자뿐이라는 것 정도….?

그러던 와중에 모두의 연구소라는 곳을 알게되었고, 자율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영상처리 기술에 대해서 공부하는 연구실에 들어갔습니다. 연구실 사람들과 논문을 읽고 학술적인 논의를 하면서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 함께 공부하던 연구원 분 중 한 분이 자신이 일하는 연구소에서 자율차 연구를 하고있고 차량이 준비될 예정인데, 함께하지 않겠냐는 감사한 제안을 주셨습니다.

모두의 연구소의 즐거웠던 경험이 업무로 확장되어 재밌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연구소 환경은 어떤지, 그리고 연구소의 환경은 어떤지 호기심이 들어서 이직하게되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지금 회사로 이직하면서, 저는 몇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1. 3년 이상 근속해 보기
  2. 능력을 인정받아보기

“1. 3년 이상 근속”은 잦은 이직이 제 커리어게 긍정적이지 않겠다는 생각과 3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고자했고, “2. 능력을 인정받아보자”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을 꿈꿨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입사하고 난 후, 1년 안에 팀이 공중분해되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발령된 부서는 클라우드 및 인프라 기술을 연구하는 팀이었고, 연구 주제는 AI 지원하는 인프라 기술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걸 MLOps라고 부르죠. 특이사항으로는 옆에 있는 헬스케어팀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야한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직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격정적인 고민 사이에 있었는데요. 인프라 기술을 경험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리서치 엔지니어만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한 것들

연구소에서 3년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아래 항목들을 배운 것 같습니다.
항목들의 순서는 제가 생각했을 때,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경험 순서대로입니다.

  1.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
  2. 짧은 시간에 단거리 달리기하고 성과내기
  3. 비문없이 커뮤니케이션하기
  4. 아키텍쳐 그림 잘 표현하고, PPT에 잘 녹이기
  5. 논리적인 글쓰기
  6.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많은 일들 다뤄보기
  7. K8S, 컨테이너 기술, OS, 네트워크 관련 지식

이 중에 제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1.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 였네요.

“1.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못했을 때, 치명적인 단점은 제가 동료들에게는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릇 개발자란 이래야한다~”라는 이상적인 모양이 있었던 터라 다른 “개발보다는 개인의 삶이 중요했던”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었네요.

아마 대학교때부터 개발을 놀이처럼 하기도 했었고, 늦깎이 비전공자 출신이라 도태될까하는 두려움에 여유시간 대부분을 자기계발에 쏟는 삶을 살아와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삶에 대한 이해나 필요성이 아주 강력하게 각인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업무를 과하게하다가 병이 생기면서 제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것들

아쉬운 점이라고하면!… 퇴사하게 된 계기와도 맞물리는 것이겠죠?.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도전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는 제 모습을 알아차렸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도전적이지 않게 된 이유는 초기에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도에서 왔던 좌절감도 있었을 것이고, 업무 부하가 강해짐에 따라서 스스로를 살필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사라졌던게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주변의 다양한 일들로부터 한발 떨어져서 어떤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시도나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엇이 있는지 전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했는데, 심적여유가 많이 사라지다보니 새로운 일들이 들어오거나 변화가 발생하면 일단 저항하거나 방어하고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조정, 업무조정, 회사와의 대화와 같은 시도에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저는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한다면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지금의 저는 퇴사를 하고 천천히 지난 3년 7개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있습니다.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했던 제 삶의 다른 영역도 돌보고있고요.

제가 다음 회사를 가서 개인적으로 해보고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의 감정 상태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들을 큰 시각에서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퇴사하기 직전에 AC2과정을 수강하고있었는데요. AC2에서 들었던 1). “마인크래프트로 하는 협력 시뮬레이션”, 2). “KAI 점수에 따른 의사결정 양상”, 3). “마인드 리딩”, 4). “CTA”, 5). “퍼실리테이션”과 같은 워크샵들은 잘 몰랐던 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AC2에서 들었던 워크샵 덕분에 저는 특정 상황에서 트리거링되는 제 감정상태와 무의식적인 선택패턴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남은 AC2과정에서 저는 코치님, 멘토님과 함께 저의 무의식적인 패턴을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는 변화를 시도하는 연습을 하게되었는데요. 이런 시도들이 회사에서도 충분히 작동한다는 것을 느끼게되면서 저는 이를 점점 더 발전시켜나가고 싶었습니다. AC2에서 배운 전략들은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있는 상위수준의 전략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제가 달성하기 원하는 목표들은 부수적으로 달성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대충 꾸준히 해볼 수 있는 것들은 아래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AC2에서 배웠던 1). 5FS + 2). 감정, 욕구 자가진단 도구 + 3). 지도 그리며 일하기 + 4). 마크포스터의 시간관리 기법을 혼합한 노트를 적극적으로 작성하기
  • 사람 관계에서 마인드 리딩과 내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보기
  • 제일 중요한 일들에 신경쓰기 위해 나의 기본적인 대답을 “아니오” 혹은 “생각해볼게요”로 변경하기
  • 코치님께 코칭을 요청드려서 함께 내 삶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설계해나가기

마무리

결론적으로 현재 회사를 입사하면서 세웠던 목표들은 대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여러 포인트에서 “이 때,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글은 뻔지르르하게 썼지만, 우아하지 않았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회사에 더 머물렀다면, 어쩌면 정년까지도 보장이되는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는 야생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생존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차디찬 야생에 집어던지는 짓(?)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의 불꽃이 많이 사그러들긴했지만, 아직까지는 어렸을 때의 열망들을 잘 간직하고 당시에 상상하던 미래의 나의 모습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게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